“핀투비는 공급망금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입니다.”
박상순 핀투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회사를 소개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공급망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현지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에서 18여년 동안 디지털·기업금융 컨설팅을 전문으로 해온 박 대표는 2015년 핀투비를 설립하고 공급망금융 활성화에 주력해왔다.
‘공급망금융’이란 공급망(supply chain)에 참여하는 기업들과 금융기관을 엮어 자금 유동성을 향상시키는 금융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서 휴대폰을 만들어 판매한다면, 휴대폰 공급망에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하게 된다. A기업은 카메라 모듈을, B기업은 보호 필름을 각각 만들어 납품하고 C기업은 완성된 휴대폰을 대리점으로 유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식이다.
문제는 공급망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이 만성적인 자금 부족 문제에 놓인다는 점이다. 납품을 하더라도 돈은 통상 1~2달 뒤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고, 대출을 하고 싶어도 금융사가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재무제표나 담보가 없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금융사 관점에서 보면 중소기업은 리스크도 높고 채산성도 낮아 자금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에 박 대표가 솔루션으로 내놓은 것이 공급망금융 플랫폼이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40~60일 뒤에 돈을 지급한다는 매출채권이 있다면 그 채권을 담보로 잡을 수 있다”며 “채권 양도 과정 등 중간 과정만 잘 관리된다면 금융사는 신뢰할 만한 대기업에게 돈을 받는 것을 담보로 중소기업에 돈을 줄 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신용을 레버리지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때 박 대표는 2019년부터 이 같은 공급망금융이 아직 발달하지 않은 동남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그는 “공급망금융에서 중요한 점은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리버스 팩토링’인데 동남아에는 그게 없다”며 진출 이유를 밝혔다. 리버스 팩토링이란 매출채권 구매기업이 네트워크에 올린 정보를 통해 매출채권의 신뢰성 여부를 확인·조회하는 과정이다.
대기업(구매기업)이 ‘A중소기업(판매기업)은 50일 후에 5000만 원을 받기로 한 게 맞다’고 올리면 은행이 이를 확인한 뒤 A기업에 돈을 내주는 식이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구매기업-금융사-판매기업 간 원활한 네트워킹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금융기관만 100곳이 넘는데 자본력이 열악해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며 “핀투비는 각 나라별로 매출채권을 조회하고 대출 상환 등까지 볼 수 있는 시스템, 즉 플랫폼을 만들어 금융사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핀투비는 2019년 9월과 작년 8월 각각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서비스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미래에셋컨설팅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현지법인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코핀은행과 KB캐피탈 현지법인과 계약했다. 이 같은 사업성을 인정 받아 핀투비는 지난 6월 신한금융지주와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각각 15억 원씩 총 30억 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박 대표는 향후 국내 금융사 해외법인뿐 아니라 현지 금융기관과의 제휴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현재 핀투비 플랫폼을 통해 실행된 누적 대출액은 총 400억 원으로, 회사는 올해 연말까지 1000억 원 이상의 누적 대출액이 달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박 대표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 매출채권 플랫폼 사업도 신규 추진 중이다. 박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위/변조, 이중양도 위험 등을 차단해 타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조기 현금화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