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아세안은 핀테크 기회의 땅…무역금융으로 발전시킬 것
매일경제
2018-06-10
박상순 핀투비 대표
사진설명

"6억명의 거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시장은 핀테크 기업에 기회의 땅이다. 국가별 맞춤형 금융 플랫폼을 도입하고 더 나아가 국가 간 교역에 적용해 무역금융으로 발전시키겠다." 핀테크 스타트업 '핀투비(Fin2B)'를 이끄는 박상순 대표는 "아세안에서 핀테크의 성공 여부는 현지화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핀투비는 기업 간(B2B) 금융 직거래 플랫폼 회사로 2016년 매경 핀테크어워드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박 대표는 지난해 말 베트남 대표 은행 가운데 하나인 세아뱅크(SeABank)와 손잡고 베트남에 최적화된 금융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출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베트남 증권사인 VP뱅크 시큐리티즈와도 최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박 대표는 "연내 하노이에 현지법인 설립이 완료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베트남에서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세계적 경영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 금융 전문가다. 18년간 BCG에 몸담았는데 17년간 금융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팠다. 외환위기 때 국내 부실 금융기관들을 위해 주로 '처방전'을 썼다. 2010년 이후 금융업계에 디지털 금융 바람이 불면서 인생에 전환점이 왔다. 그는 그동안 쌓은 전문지식과 실무 경험을 살려 '내가 직접 해보자'는 생각으로 2015년 핀투비를 창업했다.

핀투비의 승부 아이템은 지난해 3월 론칭한 '매출채권 할인 플랫폼'이다. 매출채권이란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했을 때 대기업이 나중에 대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경우 발생하는 채권을 뜻한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매출채권을 할인율을 적용해 정상가보다 싼 가격에 은행에 매각한다. 핀투비는 투자자를 모아 은행 대신 중소기업 매출채권을 매입하고 이때 할인율을 은행이 중소기업에 적용하는 수준보다 낮춰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즈니스 자산을 활용해 중소기업은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덜고 투자자는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등 기업과 투자자가 윈윈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베트남이 첫 해외 진출 무대다. 박 대표는 "베트남은 핀테크 수요가 많은 제조업과 유통업, 건설업이 활황"이라며 "6% 중·후반대 경제성장률과 인구 1억명의 내수 시장,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 등을 감안할 때 기존 산업과 함께 핀테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5700개에 달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핀테크와 같은 디지털 금융은 아이러니하게도 동남아시아처럼 금융 시스템이 낙후된 국가가 유리하다. 금융체계가 최적화된 나라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려면 전환 비용이 많이 들고 관련 법과 제도를 손질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베트남 진출은 시작일 뿐이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핀투비는 태국 대형 은행인 까시꼰은행, 끄룽스리은행 등과 파트너십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매경 태국포럼에 참석한 박 대표는 "태국 정부 관료들의 블록체인과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금융 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이 높았던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이들이 향후 디지털 금융 정책과 규제를 다듬어 나간다면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발전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He is… △1969년 서울 출생 △1994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2003년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7~2014년 보스턴컨설팅그룹 근무, 금융대표 역임 △2015년~ 핀투비(Fin2B)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