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한국시장만으로는 쉽지 않다. 핀테크 투자는 글로벌 차원 접근이 필요하다.
”‘핀테크 투자의 허와 실’을 주제로 패널강연에 나선 박상순 Fin2B 대표이사(이하 박상순 대표이사)는 “우리나라는 미국·중국 등에 비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0배 정도 작고, 인구 기준으로 봐도 차이가 커서 투자 스케일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라며 “결국 기업가치를 크게 해서 투자가치도 높여야 하는데 우리나라 시각에서 해외진출을 처음부터 염두하기 쉽지 않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박상순 대표이사의 강연은 크게 세 가지 핵심 메시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국내 핀테크 시장 한계를 인지할 것, 둘째는 물적투자에 앞서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이 사업화 기반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외 핀테크 사업자에 대한 투자 고려로 요약된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액센츄어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원화로 2010년 2조원 규모였던 세계 핀테크 투자 규모는 2015년에 25조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전통적 강국인 미국과 유럽 지역의 성장은 물론, 아시아 지역 핀테크 투자 증가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한국 역시 최근 3년간 핀테크 기업 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정보통신 전문 컨설팅기관인 ROA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4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핀테크 투자는 지난해 385억원으로 급등했고, 올해는 4개월 만에 486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한국 경제 비중에 비해 핀테크 투자 규모에선 아쉽다는 지적이다. 박상순 대표이사는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로 추산하면, 핀테크 투자 규모는 5000억원정도 되어야 글로벌 수준과 비슷한 것”이라며 “지난해 기준 385억원이라는 수치는 거기에 비해 10분의 1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핀테크 투자는 급증하고 있지만 투자 비중은 작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핀테크 투자 확대를 위한 시장규모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됐다. 박상순 대표이사는 통상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은 성장 잠재력 있는 기업의 소수 지분을 확보하고 4~7년의 투자기간(horizon)을 거쳐 10배 정도 수익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초기투자다 보니 위험(risk)이 높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0% 정도가 ‘홈런’을 때리면 나머지 실패를 만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을 투자하고 25% 지분을 가질 경우, 투자자에게 4~7년 안에 1000억원을 벌어주어야 한다. 기업가치가 적어도 4000억원은 되어야 연간 400억원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상순 대표이사는 “전체 시장 규모가 작아서 총자산이익률(ROA)을 맞추지 못하면 투자가 실행되기 어렵다”며 “시장규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한계도 존재한다. 자금력 측면뿐 아니라, 고객확보, 규제 점검 등을 신경써야 하는 사업화 진행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박상순 대표이사는 “핀테크 기술만 지닌 기업에 전략까지 짜오길 요구하면 ‘배보다 배꼽’인 셈”이라며 “은행들이 함께 해보자는 태도로 기존에 은행이 가진 것과 어떻게 통합(integration)할 수 있을 지 고민하는 접근이 아니면 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플랫폼 차원에서 생태계 중심으로 변화하는 추세도 거론됐다. 핀테크 스타트업이 직접 생태계를 조성하긴 어려운 만큼 플랫폼 사업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순 대표이사는 “중국의 알리페이만 봐도 고객기반, 인프라, 정보, 막대한 자금력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며 “알리페이와 같이 일하는 스타트업은 단순 스타트업이 아니라 막강한 무기를 갖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박상순 대표이사는 “전략적 투자와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엑셀러레이터를 활용할 때 판을 키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공동의(collaborative)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장성 있는 해외 핀테크 사업자에 대한 지식과 모니터링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